여야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처리를 둘러싸고 연말에도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오는 30일과 12월 1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기간 중 본회의가 열릴 경우 ‘쌍특검법’ 통과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예산안 합의 없이 본회의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주 ‘정국 대충돌’ 여부의 키를 쥔 인물은 김진표(사진)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 본회의 개최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김 의장은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본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예산안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 여야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본회의가 열리면 이 위원장 탄핵안은 상정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처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야의 ‘말’도 다르다. 민주당은 ‘30일·12월 1일 본회의’는 여야 합의된 의사일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합의한 일정”이라고 반박한다.
민주당이 30일과 12월 1일 ‘이틀 연속’ 본회의를 열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유가 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돼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틀 연속 본회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공세에 무력하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예산 증액’ 카드로 민주당의 강공 모드를 막을 생각이다. 국가재정법 69조에 따르면 예산 증액에는 정부 동의가 필요해 민주당이 국회를 파행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계산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주까지 예비심사를 마친 국회 상임위 13곳 중 6개 상임위에서 예산안 예비심사를 단독 의결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예산과 새만금 개발 관련 사업 등의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다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 측에 증액 실무 협의를 촉구해도 (정부·여당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를 다하기 위해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제외하고 감액으로만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여야의 눈은 김 의장의 결정에 쏠려 있다. 김 의장으로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고 탄핵안이 통과되는 상황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김 의장은 일단 여야 합의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치가 악화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은 물론 올해 안에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민지 이동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