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가 만기인 상품들은 지금보다 주가가 30%는 올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고 판매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를 편입한 ELS 발행 규모는 올해 상반기 3조원으로, 1년 전보다 9000억원 감소했다. H지수 편입 ELS 발행액은 H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상반기 11조9000억원이었던 발행액은 이듬해 3조9000억원, 올해 3조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100까지 올랐다가 최근 6000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문제는 2021년 판매된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가 만기인 홍콩 H지수 연계 ELS는 약 8조4000억원 규모다. 이중 ‘녹인(Knock-in)’형 상품은 만기 시점에서 최종 상환 기준선(70%) 수준까지는 회복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고, ‘노 녹인(No knock-in)’형 상품은 65% 이상이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 홍콩 H지수가 3년 전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지수가 2021년 2월 대비 절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주가가 30%는 올라야 한다.
ELS는 예금보다 위험한 만큼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때문에 투자자 관심이 크다. 하지만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가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예정이다. 특히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령자 등을 상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취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