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건강보험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보험료를 부담할 계층은 줄어드는 반면, 보험재정을 써야 할 계층은 급속히 늘어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인한 건보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더욱 공정하게 부과하고 건보의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원인명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장은 27일 “공단 현안인 지역가입자 등의 소득 보험료 정산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보험재정 누수 요인 중 가장 심각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관리하는 건보 가입자는 1455만4000여명(10월 기준)으로 공단 산하 6개 지역본부 중 두 번째로 많다.
가장 큰 현안은 11월 처음 시행되는 ‘지역가입자 소득 보험료 사후 정산’이다. 이는 휴·폐업, 퇴직 등으로 지역가입자의 사업 또는 근로소득이 줄어 보험료 조정을 신청하면 우선 조정한 후 다음 해 11월에 소득을 확인해 건보료를 추가 부과 혹은 환급해 주는 제도다. 지난해 9월 처음 도입돼 이번 달에 첫 사후 정산이 이뤄진다. 직장 가입자 ‘4월의 연말정산’과 유사하다. ‘더 냈으면 돌려받고 덜 냈으면 토해내는’ 식이다.
공단에 따르면 이번 사후 정산 대상은 2022년 9∼12월 사이 보험료 조정을 받은 약 29만명이다. 정산된 보험료는 다음 달 1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분할납부도 가능하다. 원 본부장은 “첫 정산으로 민원도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준비 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사전 안내와 제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산 제도가 안착하면 가입자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은 높이고 공정한 보험료 부과 기반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건보 특사경’의 도입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 병원에 의한 건보 재정 누수 규모는 지난 14년간(2009~2023년 7월) 약 3조43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환수율은 6.7%(2285억원)에 그친다. 현재의 행정조사를 통한 서류 확인만으로는 불법 개설에 따른 자금 흐름 추적과 회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로 길어서 사무장병원에 지급할 필요가 없는 보험재정이 계속 누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일반 경찰과는 다르게 사무장 병원 수사에만 특화된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신속히 수사 진행(수사 기간 3개월로 단축)이 가능하다는 게 공단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간 2000억원의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원 본부장은 “특사경 관련 쟁점 사항들에 대해 의료계와도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해소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특사경 도입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돼 있다.
공단은 아울러 흡연 피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규명, 폐암 등 흡연 질환 예방과 건보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담배회사 상대 소송을 끝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이 2014년 KT&G 등 담배회사와 제조사 대상으로 제기한 53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은 2020년 1심 패소 판결(공단 청구 기각)이 났으나 공단이 즉각 항소해 현재 7차 변론이 진행 중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