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 실효는 미지수

입력 2023-11-27 04:05

정부가 최근 연이은 행정전산망 장애 발생에 따라 1000억원 이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족쇄가 풀리더라도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사업 예산이 적은 탓에 대기업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업계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소규모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의 입찰을 허용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말 시스템 복잡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고난도인 10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공개했다. 최근 검토되는 방안은 당시 개선안에서 제시한 사업금액 기준(1000억원 이상)을 더 낮추는 것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에 대해 사업 금액과 관계없이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였다. 2013년 이 제도 도입 영향으로 중소기업 사업자 비중은 2010년 19%에서 지난해 60%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제도는 이번 정부 행정전산망 사태 장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대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견 시스템통합(SI) 업체가 구축한 공공 전산망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규제 완화는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10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선 예외 심의를 통해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돼 왔다. 또 대기업이 참여한 과거 사업들에서도 전산망 장애는 꾸준히 발생했다. 앞서 대기업인 SK C&C가 컨소시엄을 꾸린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과 LG CNS가 개발을 맡았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도 개통 직후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

또 금액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예산 배정이 충분치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에 대기업이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 현재 대기업들은 수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에 굳이 들어가 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예산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는 최저가 입찰제 대신 혁신 기술 등을 먼저 고려할 수 있도록 IT 프로젝트 입찰제를 바꿨지만 여전히 가격이 당락을 결정하는 구조인 탓에 품질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