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자 조희대… 틱 장애 인정 등 권리구제도 앞장

입력 2023-11-27 04:06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 다음 달 5~6일 열리는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그의 ‘보수 원칙론자 성향’ ‘부족한 사법행정 경험과 짧은 임기’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조 후보자는 법 문언을 엄격 해석하는 원칙론자로 통하지만 필요 시 유연한 법 해석으로 국민 기본권을 보호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산·병역 등 개인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재판 지연 해결 등 사법 정책적 쟁점에 집중하는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조 후보자는 사법 적극주의 성향이 강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여러 차례 소수 의견을 냈다. 2018년 종교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죄 의견을 낸 게 대표적이다. 1948년 여수 순천 사건으로 사형당한 피고인들에 대한 전원합의체 재심 결정에서는 “법관은 정치적 판단자나 역사적 심판자를 자처해서는 안 된다”며 재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에선 노동 사건 등에서 전향적 판결이 다수 나왔는데, 조 후보자가 취임하면 사법 소극주의로 흐름이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 후보자가 국민 권리 구제가 필요한 부분에선 법 조문에 매몰되지 않고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왔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19년 뚜렛증후군(틱 장애) 환자의 장애인 등록을 인정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원고는 초등학생 때 운동·음성 틱이 모두 나타났고 10년 넘게 치료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뚜렛증후군이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조 후보자는 상고심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단순히 시행령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며, 시행령이 장애 유형을 한정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청의 적극적 법 해석과 적용을 촉구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장애인들의 고통 개선을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2017년 포털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무단 유출된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권이 인정된다”는 판결도 내렸다. 원심에서 법상 변경 규정이 없다며 각하한 판결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후보자는 “규정이 없다거나 사회 혼란을 이유로 불이익을 피해자가 감수하는 건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재판 지연 등으로 사법부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열린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함은 물론 법원 구성원으로부터도 인정받는 공정한 인사에 대한 요구도 높은 상황이다. 조 후보자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지 않아 사법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행정 경험 부족은 사실이지만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