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30분 발동동”… 일주일 새 4번이나, 시민들 분통

입력 2023-11-27 00:02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오류로 민원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 오류코드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인천 서구 검단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윤정우(27)씨는 지난 24일 회사 점심시간에 맞춰 은행 업무를 보러 갔다가 곤욕을 치렀다. 모바일 신분증이 먹통이 된 탓이다. 직원도 이유를 몰랐다. 윤씨는 진땀을 흘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윤씨는 다시 와서 신분증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겨우 볼일을 마칠 수 있었다. 윤씨는 26일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다행히 전산망 먹통 기사들이 떠서 회사 분들이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가 일주일 동안 4번이나 발생하면서 국가 행정서비스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오락가락하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장애가 당초 L4 스위치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 포트’의 물리적 고장 때문이라고 25일 최종 발표했다. 장애 사태 발생 8일 만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난 19일의 조사 결과 발표를 번복했다.

정부는 문제의 라우터 포트가 왜 고장 났는지는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 일부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지만 관리 소홀로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라우터 장비는 2016년 도입돼 노후화가 고장의 원인이라 하기 어렵다”며 “매일 전산실 장비를 육안 체크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잡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불량이 있을 수 있는 오래된 하드웨어 장비들에 대한 전수 점검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라우터 장비 불량 여부를 매일 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의 처리 매뉴얼도 보완할 방침이다.

전산망 해킹 징후는 없었다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2일 주민등록시스템, 23일 조달청 나라장터 전산망, 24일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등 한 주 동안 4차례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이례적 사고가 계속되자 북한 소행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났을 때 빠르게 서비스를 복원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지만 복구와 원인 파악에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하면 매니지먼트 서비스가 10~20분 안에 원인을 찾게 된다”며 “평소에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전산망을 근본적으로 보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땐 큰 예산을 들이지만, 그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김이현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