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하와이 촬영했다는 北 정찰위성… 사진은 공개안해

입력 2023-11-27 04:07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으로 한반도 일대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확인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로 남측과 미국 하와이 등을 잇달아 촬영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확인했다고 26일 주장했다. 그러나 촬영됐다는 위성사진을 직접 공개하지 않아 북한 주장에 의문부호가 따른다.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은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25일 오전 9시59분40초부터 10시2분10초 사이에 정찰위성이 적측의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 등 중요 표적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보셨다”고 26일 보도했다. 평양종합관제소는 북한 정찰위성의 발사와 관리, 항공우주사진을 판독하는 시설 등을 갖춘 곳이다.

노동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평양시간 25일 새벽 5시13분22초 정찰위성이 미국 하와이 상공을 통과하며 진주만의 해군기지와 호놀룰루의 히캄 공군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열거한 우리 지역은 공군과 해군기지, 해병대 1사단과 미 육군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특히 부산에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있고, 한반도에 전개된 미 핵항모 칼빈슨함이 최근까지 정박했다. 칼빈슨함은 26일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일본 해상자위대 키리사메함과 함께 제주 동남방에서 ‘한·미·일 해상훈련’에 참여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이다.

김 위원장은 24일에도 평양종합관제소에 들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남 목포와 전북 군산, 경기도 평택, 서울 등지의 주요 시설 및 군 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을 봤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목한 구역에는 평택 미육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공군기지, 전북 군산 공군 및 주한 미공군기지, 전남 목포 해군 제3함대 등이 있다.

다만 북한 정찰위성이 실제로 우리 지역을 관측했는지와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은 여전히 물음표 속에 있다. 특히 북한은 우리 군사지역을 촬영했다는 항공우주사진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만리경-1호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만리경-1호의 현재 성능은 군사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만리경-1호를 쏜 뒤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은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김 위원장은 만리경-1호 발사 10시간여 뒤인 22일 오전 방문했다. 당시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만리경-1호가 정상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