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학폭 피해 학생·피부과 의사… 미지의 공간에 갇힌 8명, 목숨 건 탈출이 시작된다… 어? 미스터리 스릴러물인데… 기독교 영화라고?

입력 2023-11-28 03:05
방 탈출 게임, 추리 예능 방식으로 ‘회개’의 본질을 풀어낸 영화 ‘매트’가 30일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은 영화 ‘매트’의 스틸 컷. 액츠픽처스 제공·게티이미지뱅크

두뇌파 조직폭력배, 학교 폭력 피해 여고생, 피부과 의사, 중소기업 사장 등 무엇 하나 공통점이 없는 8명이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매트(Mat) 위에서 생존을 건 심판대에 오른다. 정체불명의 미션을 수행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미스터리한 상황과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들을 휘감는 혼란과 갈등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매트’(포스터·최지온 감독)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시나리오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분류된 영화 ‘매트’를 접하는 관객들에게 더 미스터리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 이 작품이 크리스천 영화 제작사가 만든 ‘기독교 영화’라는 사실과 미지의 공간에서 목숨을 걸고 펼치는 미션의 열쇠가 ‘회개’라는 점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지온 감독은 “시대극, 다큐멘터리 등 기독교 영화의 전형으로 인식돼있는 방식을 벗어나 방 탈출, 추리 예능을 활용해 비기독교인, 특히 청년 세대에게 더 피부로 와닿는 기독교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저마다의 인생을 살던 8명의 사람이 매트 위에서 탈출 게임을 펼치는 동안 인간의 죄성과 회개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초현실적 상황을 겪은 8인이 디디고 선 바닥은 왜 매트여야 했을까. 극중 조직폭력배 역으로 열연을 펼친 최 감독은 “등장 인물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라고 했다.

“주인공들에게 매트는 자신을 가두고 생명의 위협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세상의 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음을 깨닫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크리스천들이 삶 속에서 구속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던 것처럼요.”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흥행을 거둔 작품에는 크리스천들에게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독교 빌런(작품 속 악역)이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수리남’ ‘DP2’가 권력형 기독교 빌런을 캐릭터화했다면 ‘마스크걸’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친숙한 인물을 캐릭터 삼아 잘못된 기독교성을 보여준다. 최 감독은 ‘매트’의 시작점 또한 대중적인 작품을 접하는 관객으로서 느꼈던 아쉬움이었다고 했다.

“영화 ‘밀양’, 드라마 ‘더 글로리’ 같은 작품 속 설정이 ‘기독교인들은 죄를 짓고도 하나님께 회개하면 다 되는 줄 안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하는 걸 보며 참 답답하고 언짢게 느껴졌죠.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이 절체절명의 순간 어떤 회개를 통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앙 없는 사람들이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 갑자기 설교 방송을 듣지는 않아요. ‘매트’는 익숙하고 흥미로운 설정과 구도를 보여주며 결론을 유추하고 진리를 깨달아가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고등학생부터 성인 캐릭터까지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는 크리스천이다. 현직 치과의사로서 피부과 의사 도도연 역을 맡은 배우 김주희는 “하나님뿐 아니라 죄를 고백해야 하는 대상에게까지 진심을 전하는 게 진정한 회개일 것”이라며 “작품 속 ‘그렇군요. 회개만 한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군요’라고 고백했던 대사가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신앙의 의미가 퇴색돼가고 흔들린 신앙심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회개의 본질을 짚어보는 작품이 크리스천들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