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적정량의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적정 체중 유지, 금연·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면 진료와 교육·훈련 등 여러 수단이 총동원돼야 하는데, 시간 공간 접근성비용 측면에서 모바일 헬스케어가 대세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보건소 만성질환 관리 실증 연구’ 사업의 책임자인 이중정(사진) 계명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내 10대 사망 원인 중 8개는 만성질환 때문인데, 식이·운동 등 건강형태 개선, 투약 등 적절한 의료 이용 비율이 높지 않아 혈압과 혈당 관리율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50.4%, 당뇨병은 더 심각해 24.2% 수준이다.
이 교수는 “만성질환은 평생 조절하며 살아가는 병이니 그게 가능하도록 ‘셀프 케어’ 지식과 기술을 익혀 환자 스스로 건강 관리할 수 있도록 보건소가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부터 전국 9개 보건소에서 522명의 만성질환자(고혈압군 339명, 당뇨병 84명, 복합질환군 99명)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 앱 활용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 달 6개월 사업 종료를 앞두고 연구팀은 지난 11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농촌의학지역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3개월간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은 등록 초기 검진과 서비스 12주 후 중간 검진을 받은 46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최초 검진 때와 비교해 3개월 후 전반적인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5개의 건강행태 지표(저염식 선호율, 영양표시 독해율, 5일 이상 아침 식사 실천율, 유산소 운동 실천율, 걷기 실천율) 중 1개 이상 개선된 비율이 평균 79.2%에 달했다.
또 건강위험 요인(혈압·공복혈당·허리둘레·중성지방·HDL콜레스테롤)이 1개 이상 감소된 비율은 평균 43.4%로, 기존 건강군 대상 모바일 헬스케어의 3개월 개선율(1차년도 34.3%)보다 높았다. 이 교수는 “건강행태의 개선은 많이 이뤄졌으나 위험요인 감소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3개월 후 혈압 개선 비율은 42.1%, 3개월 혈당 조절 수준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5.6% 미만이 정상) 수치가 개선된 경우는 60.7%였다. 이 교수는 “모바일 헬스케어를 통해 제공된 신체 활동, 영양 집중상담이 건강행태 개선과 위험 요인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다만 최종 결과는 6개월 차 변화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건소 만성질환자 관리 서비스는 이제까지의 어떤 사업보다 직관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편리성을 갖췄다”고 단언했다. 다만 기존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에 고혈압·당뇨병의 관리 부분, 투약 미션 등을 추가 혹은 수정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노후되고 과부하가 걸려 연동이 잘 안 되거나 오류가 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문제점을 보강하고 예산과 여건만 갖춰진다면 추가 실증 연구나 본사업으로 가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민간 병·의원과의 매끄러운 연계를 위해선 좀 더 정교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