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광주·전남 경찰에 무슨 일이

입력 2023-11-27 04:02

‘2021년을 전후한 시기에 광주·전남 경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6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건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경찰 고위 간부인 치안감 1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경정·경감급 중간간부 7명이 직위해제됐다.

광주·전남 경찰을 쑥대밭으로 만든 뇌물 승진 의혹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사람은 사건 브로커 성모(62·구속)씨다. 그는 전남 담양 출신으로 경찰 간부를 포함한 지역 유지들과 하나둘씩 안면을 익힌 뒤 폭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3~4년 전부터 성씨에게 기대어 경찰 수사를 벗어나려 한 인물이 코인투자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탁모(44)씨다.

탁씨는 2019년 가상화폐 사건 등으로 검찰과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자 유능한 브로커를 수소문했고 성씨를 찾아가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성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던 탁씨는 고가의 외제차와 현금 등 18억여원을 주고 자신의 사건 수사무마를 청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성씨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성씨와 연루된 의혹으로 퇴임 이후 수사를 받던 전 경찰 고위 간부 김모씨는 지난 15일 경기도 하남시의 한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전남경찰 간부 5명에 이어 광주경찰 간부 2명이 직위해제됐다.

이 가운데 직위해제된 전남경찰청 간부 5명은 숨진 김씨가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경정·경갑급 심사 승진 과정에서 3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각각 전달한 ‘제삼자 뇌물교부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성씨 재판에 탁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베일에 감춰졌던 경찰 간부 뇌물 승진 의혹과 가상자산 사기사건 수사무마 의혹의 전말이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전현직 경찰 간부, 검찰 수사관과의 두터운 친분을 내세운 브로커 성씨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의 경찰 간부 이름이 거명되고 흉흉한 소문만 무성해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