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의 구매나 투자를 권유하면서 핵심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을 불완전판매라고 한다. 위험요소가 있어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다. 주로 고령층을 상대로 일어난다. 노후자금을 맡겼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피해규모 1000억원대), 라임펀드 사태(1조6700억원대), 2020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 사건(5000억원대) 때도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2021년부터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을 팔 때는 판매 과정을 녹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녹취 과정에서 직원이 녹음된 상품설명 안내를 2배속으로 돌리면서 이 부분에서 “네”라고 답하세요 하면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40~50분이 걸려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서다. 투자자 확인서 자필 기록 부분은 직원이 기입하고 금융소비자는 사인만 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 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하는 은행들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단군 이래 최악의 금융 사고였던 라임펀드를 넘어서는 3조원대의 손실이 내년부터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고점이던 1만2000포인트 선에서 현재 6000포인트 초반으로 반 토막이 났다. 5대 시중은행이 2021년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가운데 약 8조3000억원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된다. 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면 40%인 3조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한 상품이 전체의 절반 정도다.
이미 금감원 등에 불완전판매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은행이 소비자의 자산상태 파악 없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고, 상품을 10여분밖에 설명하지 않았고, H지수의 높은 변동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시한폭탄이 터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