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개의 다른 분야의 학위를 갖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에서 미생물·면역학 전공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에 또 다른 공부를 하나 더 했는데 MIT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비즈니스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때 내 나이가 62세였다.
갑자기 왜 블록체인을 공부해야 하는지 당시엔 잘 몰랐다. 그냥 마음이 끌려서 공부한 것인데 놀랍게도 월드비전 회장이 된 후에 그 지식을 활용하게 됐다.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 ‘베이크’를 창업해 독립 분사시켜 NGO 최초로 영리 기업을 만들게 된 것이다.
베이크는 누구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도록 돕는 소셜 액션 플랫폼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 일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기부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시도는 물론 대체불가토큰(NFT)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도전까지 시도하게 됐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AI 디지털 가상현실 빅데이터를 통해 그동안 우리 뇌가 사용하고 있지 않던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어 인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생활환경과 경제 생태계를 만들 것이고 수입과 생활의 질이 향상될 것이며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술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교육 수준이 낮고 기술이 낮은 사람들의 수요는 줄어들어 사회 계층 간 뚜렷한 불평등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또 사람과 기계가 가깝게 소통하며 ‘비인간화’라는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오늘 우리는 인간의 중요한 속성인 사랑과 배려 그리고 공감 같은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일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랑 배려 동정심 협동 같은 인간 본연의 성품은 물론이고 성령의 9가지 열매를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10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하나님이요. 영원한 반석’이라는 사실이다. 꼴찌였던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하나님이 들어 쓰셨듯이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활동하셔서 자신의 기쁘신 뜻에 따라 우리를 승리하게 하신다.
이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또 한 번 체험하게 된 일이 생겼다. 건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어느덧 은퇴를 1년 정도 앞둔 2020년이었다. 당시 나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은퇴 후 미국 메릴랜드대로 가서 5년 정도 강의도 하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려는 계획이었다. 그간 숨 가쁘게 지낸 시간을 뒤로하고 여유를 찾는 노년을 즐기려고 했다.
실제로 메릴랜드대와 이야기가 잘 되어 미국으로 향할 준비가 어느 정도 추진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않은 제안을 받게 됐다. 월드비전 회장에 지원하라는 요청이었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