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25.4%)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가 개(75.6%)나 고양이(27.7%)를 길렀다. 이런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반영하듯 개나 고양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식당 카페 호텔이 성업 중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드나드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교회는 반려동물이 예배당에 오는 것을 환영할까.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구독자 중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회 내 성도와 반려동물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별도 공간 마련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760명 중 ‘반대’가 65%, ‘찬성’ 27%, ‘모르겠다’ 8%로 나타났다. 목회자 3명 중 2명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예배 때 반려동물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것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교회들은 반려동물 동반 예배를 드리거나 동물이 예배당에 드나드는 걸 허용하는 등 동물과의 공존법을 찾고 있다.
목사님, 개 데려가도 돼요?
국민일보가 취재 중 만난 교회들은 공식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교회에 데려와도 된다’고 공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성도가 이를 요청했으며 다른 성도와 목회자가 동의하는 등 나름의 절차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대한성공회 광명교회(민숙희 관할사제) 주일예배에는 개 두 마리가 성도와 함께 온다. 예배당 맨 뒷줄 양쪽 끝자리가 그들의 고정석이다. 점심을 나누는 애찬실에도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다. 개는 우연한 계기로 예배당에 들어왔다. 새신자 등록을 원한 30대 부부가 주일예배에 강아지를 데려오면서부터였다.
‘함께 들어가도 되겠냐’는 부부의 질문에 기존 성도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다. 새로운 식구가 한 명이라도 귀하던 코로나 시국인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개는 부부의 품에 안겨 지난해 여름부터 예배당에 들어왔다. 짖지 않고 얌전하게 있던 개는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후 또 다른 가정이 동물 동반 예배 덕분에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부부 중 한 명은 교회를 멀리했는데 반려견을 데려와도 되는 예배에 참여하면서 교회에 정착했다. 민숙희 사제는 “개 동반 예배를 불편해하는 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며 “개와 함께 오는 분의 자리를 뒤쪽으로 배치하고,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영성체를 할 땐 한 명씩 번갈아 하는 방식으로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민 사제는 예배당에 딸린 사택에 살면서 길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또 마당에 둔 사료를 먹으러 오는 고양이가 몸이 불편해 보이면 구조해 고쳐주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 봉원교회는 예배당 두세 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 고양이 10여 마리가 매일 예배당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밥을 먹고 물도 마신다. 추운 겨울을 지내라고 고양이 집도 여러 채 설치했다. 봉원교회 성도들은 동물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적지 않다. 특히 청년부가 올해 5월 고양이를 활용해 제작한 굿즈(Goods·팬덤을 이용한 상품)가 그랬다.
유달리 사람을 잘 따르는 ‘봉삼이’라는 이름의 길고양이가 그려진 ‘봉삼이 티셔츠’는 모두 팔렸다. 담임 박용권 목사는 “동물과 관련해 재미있거나 긍정적인 경험이 동물에 대해 부정적인 성도의 마음조차 열게 하는 것 같다”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회가 문을 활짝 열었으면 한다”고 했다.
‘동물도 가족’ 의미 확장
서울 영등포구 성문밖교회는 최근까지 두 가정이 주일예배에 반려견을 데려왔다. 이들은 다른 성도에게 ‘개를 데려와도 되겠냐’고 동의를 구한 뒤 목회자에 예배 동반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개 두 마리는 얼마 전 무지개다리(반려견의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를 건넜고 성도들은 슬퍼했다. 담임 김희룡 목사는 “두 개는 가끔 짖거나 조금 돌아다니는 정도로 예배를 방해했다”며 “아기들이 운다고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것처럼 다들 강아지를 귀엽게 보셨다”고 했다.
성문밖교회 성도들은 가족주일로 정해진 5월 첫째 주일예배에 반려동물을 데려올 수 있다. 김 목사는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며 “기니피그를 데려온 중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는 매 주일 오전 10시, 12시 예배에 성도들의 반려견을 돌봐준다. 20여명이 활동하는 드림펫선교회 회원이 교회 내 공간에서 개와 놀아주거나 함께 주변 산책을 한다. 평균 10여 마리가 교회 봉사자 손에 맡겨진다. 송화섭 행정 담당 목사는 “2021년 도입 초기엔 ‘개까지 돌봐가면서 예배를 드려야 하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면서도 “우리는 개 때문에 예배를 드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성도를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예배 참석 간 연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종교연구 학술지인 ‘JSSR’의 2019년 한 설문조사연구에 따르면 교회 예배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이 기르는 반려동물의 수(1.96마리)가 일주일마다 한 번 이상 교회에 가는 사람의 경우(1.38마리)보다 많았다. 교회가 동물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예배 경험이 없는 이들을 교회 공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날짜 정하거나 야외서 동반 예배
반려동물을 키우는 성도는 그들의 삶 일부를 교회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감동한다. 한 미국인 여성은 지난 11일 미국 뉴저지주 세인트조지스바이더리버성공회교회에서 열린 ‘펫프렌들리(Pet-friendly·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예배에 강아지 ‘머피’와 참석했다. 그는 이 교회 페이스북에 “첫 방문이었는데 친절한 사람들과 강아지들을 만났다. 예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강아지와 저를 축복해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린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 교회는 6년 전부터 1년에 6~7차례 미리 정한 날에 동물 동반 예배를 개최한다. 이날도 머피의 주인 외에도 많은 이들이 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교회가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등 높은 ‘동물 감수성’을 보여줄 때 새로운 전도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미국 루지애나주 세인트매튜스연합감리교회는 2021년 크리스마스 무렵 우연히 동물 동반 야외예배를 드린 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역 주민과 긴밀하게 소통한 경험을 공유했다.
팀 반스 목사는 지난해 5월 미국 기독교 사역단체 ‘프레시익스프레션스’에 기고한 글에서 “첫 동물 동반 야외예배에 30명이 개 15마리를 데리고 참석했는데 대부분 교회와 관련 없는 이들이었다”며 “그들 중 일부는 교회 소그룹 모임이나 사역에 참여하고 몇몇은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아지 교회(Puppy church)를 통해 평소 이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는 등 훌륭한 대화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일요일 아침에 ‘전통적인’ 교회에 절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강아지 교회는 또 다른 교회 공동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꿈의교회는 지난 4일 교회 마당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반려동물 행사 ‘드림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송 목사는 “참여 인원 100여명 중 절반 정도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며 “반려동물을 매개체로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