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기업 육성 등 경제·사회적 현상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세특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꼭 필요한 일에선 세금을 덜 걷겠다는 취지지만 올해 60조원 가까운 세수 펑크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면제 대상을 고를 때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조세특례 자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세특례 예타 면제 대상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율 상향과 임시투자세액공제, 자녀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 전통시장 및 문화비 사용분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 고액기부 세액공제 한시 상향, 개인택시용 간이과세자 공급 자동차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등 6건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조세특례에도 예타를 실시해 왔다. 새로 도입되는 조세특례의 지출 규모가 연 300억원 이상이면 조세재정연구원 등 외부 기관을 통해 도입 필요성과 기대효과, 문제점 등을 사전 평가받도록 한 것이다.
다만 조세특례제한법은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경우로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사항’ 등 4가지를 예타 면제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핵심 경기·사회지표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특정 산업·경제 분야에 위기가 닥쳤을 때 당국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세특례 52건 중 37건에 대한 예타를 면제했다. 예타를 거친 경우는 15건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올해 예타를 면제받은 6개의 조세특례 정책 모두 국가 현안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대응과 소상공인 보호, 기업 투자 장려 등을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다만 6건의 조세특례 시행으로 인한 내년 이후 세수 감소액 예상치는 5조382억원이다. 한 해 나라살림(약 650조원)의 1%에 가까운 큰돈이다. 사상 초유의 세수 부족 사태가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예타 면제를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 검증 장치가 미비하다는 평가도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