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했는데 왜 그게 아직 있나”… 황의조 피해자 측, 카톡 대화 공개

입력 2023-11-24 04:06
축구 국가대표 선수 황의조씨의 ‘사생활 유출 영상’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황씨와 피해자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황씨가 통화에서 불법촬영을 인정했지만 이후 메신저에서는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씨가 “합의된 촬영”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황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피해자 측은 황씨가 불법촬영 영상을 지인과 공유했다는 추가 범죄 정황도 폭로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구의 법률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와 황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와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 27일 오후 6시16분쯤 황씨와 카톡 대화 및 통화를 하던 중 “내가 분명히 싫다고 했다” “싫다고 했는데 왜 아직까지 있는 거냐”라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불법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씨는 “나도 지금 그걸 최대한 막으려고”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촬영에 대해선 약 2시간 뒤에야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라며 “피해가 가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황씨가 불법촬영이란 말에 반박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에 대해 언급한다. A씨와 대화한 뒤 변호사와 통화해 법률 조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유포된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인지도 알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황씨 주장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이라고 말했다.

황씨 측을 향해 2차 가해를 멈추라고 거듭 요구했다. 황씨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 피해자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황씨가 불법촬영 영상을 지인과 공유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유포자인 황씨 형수가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황씨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황씨의 불법촬영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확대를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A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황씨의 부탁으로 유포자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상담을 예약했지만 황씨 측의 입장문 발표 이후 돌연 취소했다”고 전했다.

황씨 측은 이날 추가 입장문을 내고 “황씨와 그의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다. 현재 영상 유포와 협박이 동일인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