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펜데믹을 계기로 건강의 중요성과 더불어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추장의 경우 면역증진 효과가 보고되면서 수출이 35% 증가했다. 콩을 주 원료로 발효를 통해 제조하는 ‘전통장류’에는 각종 미생물이 들어있고 기능성이 다양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안전성 등에 대한 혼선도 있다. 이에 전통장류의 우수성과 산업화 전망, 과학적 연구 결과와 함께 전문가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간장과 된장, 청국장, 고추장 등 한국의 전통장류에는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서양의 치즈보다 3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장류에는 고초균과 황국균, 유산균, 효모 등 평균 1000종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장류 발효에 맛 향상, 기능성 부여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북 순창에 있는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과 함께 전통장류들의 아플라톡신과 바이오제닉 아민 등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기능적 우수성을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6일 밝혔다.
농식품부와 진흥원이 올해 99개 업체 297종의 전통장류 미생물을 분석 연구한 결과, 간장에는 최대 5700종의 미생물이 존재했다. 이는 치즈(최대 200종)보다 28.5배 많은 수치다. 또 와인(324종), 요거트(149종), 사우어크라우트(1157종)보다 높은 미생물 다양성을 보였다.
여기에 된장은 최대 2000종, 고추장 3500종, 청국장 100종 이상 등의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류 발효의 근간이 되는 메주에는 55∼408종의 미생물이 존재해 이를 기반으로 장류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효식품의 경우 발효 과정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우점(優點)과 분포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졌다. 특히 지역과 가정의 제조 방법과 원부재료, 제조시기, 발효 환경에 따라 미생물의 분포가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청국장의 경우 발효 기간이 늘어나면서 종 다양성과 고초균(바실러스 섭틸리스)이 99.1%로 증가하면서 품질 지표인 아미노태 질소 함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원은 농식품부의 용역을 맡아 2021∼2025년 장류 기능성 규명(안전성 모니터링) 연구사업을 펼치고 있다.
양희종 자원융합팀장은 “전통장류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그 지역 환경(기후, 원료 등)에서 유래되며, 장류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정장(整腸) 효과, 항암, 콜레스테롤 저하, 혈압 강하 등 기능적 우수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2014∼2016년 진흥원과 함께한 연구사업을 통해 전통장류 유래 미생물을 1000여종 확보했다. 대표 미생물로는 고추장에서 분리된 고초균(SCGB1)이 있다. 이 미생물은 항암, 뇌졸중 개선, 항당뇨, 항비만, 면역력 개선, 장기능 개선, 항아토피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우수성은 학술발표를 통해 입증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류는 수천년간 선조들이 먹어온 식품으로 특별히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없었던 매우 좋은 식품”이라며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측면에서 장류 내에 존재하는 유용한 미생물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유망한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