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 변제 가장 절실”… 사기꾼 재산 알아보려 탐정 고용까지

입력 2023-11-24 04:06
국민일보DB

비상장주식 투자사기로 7000만원의 피해를 본 장모씨는 최근 30만원을 주고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사기꾼의 재산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기 주범은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장씨가 돌려받은 돈은 여전히 ‘0원’이다.

장씨는 23일 “돈을 돌려받으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주범이 신용불량에다 가진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한다”며 “비싼 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할까 했지만 재산이 없다는데 민사소송을 걸어서 무엇 하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기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건 가해자 처벌보다도 피해금 변제다. 하지만 대다수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사기 피해자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73.43%가 피해액을 전혀 되찾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일부 되찾았다는 피해자는 12.66%였고, 모두 되찾았다는 피해자는 13.91%에 그쳤다.


사기사건 전문 천호성 변호사는 “‘구속되면 돈을 못 돌려준다’는 협박에 고소하지 못한 경우를 더하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는 가해자가 형사처벌되더라도 대부분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환수해야 한다. 이마저도 가해자가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탕진해 재산이 남아 있지 않다면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천 변호사는 “사기꾼이 ‘갚을 능력이 없다’고 버티면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 없는 처벌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응철 변호사는 “정의구현의 관점에서 사기꾼을 벌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그건 언제까지나 둘째 문제”라며 “사실상 피해 변제가 피고인의 자력과 마음가짐에 달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소 전 몰수보전 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이를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의자가 범죄로 취득한 재산 등을 경찰 수사 단계서부터 동결해 범죄 수익 은닉을 막고 피해 회복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천 변호사는 “언론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면 계좌 압수수색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피해자들은 버스비도 없어서 걸어 다니는데 가해자는 재판 중에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이런 모습이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