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도 사역자… ‘표준사역계약서’ 꼭 쓰자

입력 2023-11-24 03:02 수정 2023-11-24 10:35
서헌제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진행된 한국교회법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부교역자 청빙시 표준사역계약서 체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목사(69)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사역한 전도사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였다. 교계 안팎에서는 전도사를 포함한 교회내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로 받아들여졌는데, 전문가들은 “교회에서도 부교역자 청빙시 표준사역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교회법학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는 23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제32회 학술세미나를 열고 ‘표준사역계약서’ 범례를 공개했다. 최근 들어 부교역자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법학회가 예시로 제시한 표준사역계약서는 ‘(계약의) 목적과 정의’ ‘당사자의 의무’ ‘시무 기간’ ‘사역 시간’ ‘사례비’ ‘휴일 및 휴가’ ‘계약해지’ ‘분쟁 해결’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계약서에는 부교역자 청빙부터 계약해지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법적 장치가 완비돼 있어 부교역자를 둘러싼 송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준사역계약서를 제안한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는 “모든 교회가 부교역자를 청빙할 때 표준사역계약서를 써야 한다”면서 “부교역자를 청빙하는 데 있어 교회와 부교역자 간에 체결하는 계약에 따라 이들의 지위와 적용법이 달라지는데 원칙적으로 ‘위임계약’의 하나인 표준사역계약서를 체결하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고용계약서를 체결하면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대우해야 하고 만약 소송을 당하더라도 교회가 불리하다”면서 “교회가 표준사역계약서를 작성하는 건 교회의 화평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양측이 이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법치주의 정신도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부목사의 지위가 보장되고 담임목사가 더이상 ‘가이사의 법정’에서 얼굴 붉히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지훈 제기동교회 목사는 ‘부교역자의 교회법상 지위와 성경적 모델’을 주제로 발표했다.

진 목사는 “부교역자에 대한 지위를 논하는 근본 이유는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라면서 “부교역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사역자로서 자리매김하려면 현행 교회법을 고쳐 부교역자들도 목회 동역자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목사도 담임목사와 당회가 고용하는 게 아니라 성도들이 공동의회를 열어 청빙하는 방안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