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생활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이재난고’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가 됐다.
전북 고창군은 이재 황윤석(1729~1791)의 친필 일기인 ‘이재난고’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부터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고 23일 밝혔다.
이재난고는 고창 출신인 황윤석이 10세 때부터 눈을 감기 직전까지 53년간 ‘난고’라는 제목으로 쓴 일기를 한데 엮은 것이다.
58책 500여만 자에 이르는 이 책은 과학기술사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온천, 제련법(製鍊法), 구리의 분류와 배합 비율의 변화, 광물과 광산, 식물의 명칭 연구, 의학이나 물산 등의 자료가 기록돼 있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저술보다 100년 정도 앞서며 훨씬 정교하고 그 양도 많다고 고창군은 설명했다. 후대 서유구 등의 실학자가 대부분 외국자료를 인용했던 바와 달리 이재난고에는 인용 기록과 함께 당시 상황까지 적혀 있다.
황윤석은 성리학자이자 실학자로 수학과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 언어학, 기술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 가운데 산학(算學), 천문학 등은 일찍부터 주목받아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윤종기(輪鐘記)’에서는 자신이 관찰한 자명종을 상세히 서술하고 기어비나 작동원리를 방대한 도표로 기록했다.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복원할 때 ‘이재난고’에 담긴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과기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높고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등록·보존·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