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를 웃게 하시니

입력 2023-11-27 03:08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후 웃을 일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경제적인 상황과 어수선한 정치 등이 국민을 우울모드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 속 인물인 아브라함도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기근을 만났고 이집트에서 피신 생활도 해보았습니다. 조카인 롯 때문에 전쟁도 경험했으며 소돔 성이 불구덩이가 되는 것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약속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브라함에게 있어 화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선 아브라함에게 자손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선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자손을 주시겠다고, 그러니 꿈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 약속하신 지 벌써 25년이 지났고 아브라함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100세의 노인이었습니다.

약속 불이행으로 하나님을 고소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치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고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아브라함은 자포자기 상태로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브람이 아흔아홉 살이 됐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바꿔주셨습니다. 그의 새 이름은 아브라함입니다. 그리고는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약속을 주시는데, 창세기 17장 17절을 보면 아브라함이 엎드려 웃었다고 합니다. 이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말로 하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감히 썩소(썩은 미소)를 날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브라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천사들과 함께 소돔 성으로 향하시던 하나님께서는 일 년 후에 아들을 주실 것이라고 또 약속을 주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엿듣고 있던 사라가 비웃었다고 창세기 18장 12절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는 비웃을 만한 것들입니다. 요셉의 꿈 이야기도 황당하거니와 그가 애굽의 총리가 됐다고 하는 것은 세상이 보기에는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미디안 광야의 늙은 목동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을 시도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막내아들 목동이 한 나라의 최고 위대한 왕이 된다는 설정도 비웃음거리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비웃음에 불과한 것들이 모두 현실이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성경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가정에 있는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도, 쓴웃음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나님의 약속하심을 쓴웃음으로 대하던 부부에게 하나님께서는 진짜 웃음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말이 되느냐’며 썩소를 날렸던 부부의 품에 아들을 안겨 주셨던 것입니다. 부부가 쌍으로 비웃었습니다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향한 당신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셨습니다.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이삭’이라 지었습니다. ‘웃음’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를 안고 사라가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문 6절입니다. “사라가 이르되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 21:6)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사라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을 것입니다.

사라는 고백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웃게 하셨다’고 말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지금 이 품에 안겨 웃고 있는 이 아이는 우리 힘으로 된 아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라는 고백인 것입니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오늘 이 시대에, 웃을 일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종영 가장제일교회 목사

◇소종영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에 소속된 가장제일교회 담임목사입니다. 웃을 일이 많은 행복목회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