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다만 보지 않을 뿐

입력 2023-11-23 20:59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는 장애인, 비정규직, 성소수자, 이주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을 연구한다. 그가 공부하며 알아낸 것은 장애나 소수자성보다 더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 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이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면 의료만으로는 안 되고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섭은 새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서 차별이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존재하고, 편견이 우리 마음에 상식과 합리성, 때론 학문의 이름으로도 자리잡고 있으며, 측정조차 되지 않는 고통들,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장애인은 따가운 시선 때문에 외출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가로막는 건 물리적 장벽만이 아니다.

트랜스젠더는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는지 그 규모조차 가늠되지 않는다. 그들이 음지로 숨어드는 건 사회적 낙인 때문이다. 오줌 눌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 용기를 낸 고발자들에 가해지는 폭력적 언어들,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가해, 차별과 낙인에 편승하는 정치….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정상이 과연 정상인지,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당신의 믿음이 착각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의사 가운을 벗고 보건학자가 된 김승섭은 “제게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습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또 ‘아픔이 길이 되려면’ 등 자신이 쓴 책들이 “기댈 곳 없는 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무기로 쓰이기를 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부에 대해, 책에 대해 이보다 더 멋진 대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