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값이 왜?… 시장은 42% 뛰었는데 정부는 “32% 올랐다”

입력 2023-11-23 04:02
게티이미지

정부가 연말까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여전히 큰 탓이다.

2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팀에 따르면 2020년 대비 올해(1~10월) 평균 가격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 중 통계청 지표물가 상승률이 더 낮은 경우가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생활필수품 39개 품목을 매월 셋째 주 목·금요일마다 조사원들을 파견해 서울 및 경기도 일부 지역의 유통업체(백화점, SSM, 일반슈퍼마켓, 대형마트)를 직접 방문해 현장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이렇게 조사한 현장 가격 상승률과 통계청의 품목별 물가지수 차이가 가장 큰 품목은 달걀이었다. 달걀(30개 기준)은 2020년 평균 가격이 5105원에서 7257원으로 42.20% 올랐지만 물가지수 상승률은 32%로 차이를 보였다. 밀가루도 같은 기간 지표 상승률이 38%로 현장 가격 상승률 45.10%에 크게 못 미친다. 평균 가격이 36.60% 오른 어묵도 물가지수 상승률은 30%, 설탕(평균 가격 상승률 33.10%)은 28%, 두루마리 화장지(27.20%)는 21%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지표물가가 현실물가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이 같은 괴리는 물가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통계청 지표물가는 458개 품목에 대해 소비자들의 지출 금액에 비례해 가중치를 계산해 평균적인 가격 등락률을 따져 계산된다. 반면 체감물가는 과거와 현재 구매가격이 가격표 그대로 비교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주 사고 관심을 갖는 물건의 가격 등락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저소득층의 체감물가 부담은 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으로 가처분 소득의 절반가량을 식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소득 2분위 25.7%, 3분위 22.4%, 4분위 19.8%, 5분위 14.5%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문제는 양 물가 간 괴리현상이 커질수록 정부의 물가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도 지표에 기반해 물가가 안정화됐다고 해석하면 서민의 높은 체감물가 부담에 따른 압력을 소홀히 대응할 우려도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 다음 달 초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뜻한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신고센터도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