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고 22일 밝혔다. 당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던 우리 군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게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목표 대상을 정확히 감시·정찰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오후 10시42분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해 발사 후 705s(초) 만인 오후 10시54분13초에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성발사 ‘2전3기’ 끝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북한이 1·2차 발사 직후 빠르게 실패를 인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궤도 진입 성공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그동안 발목을 잡혔던 2단 추진체 문제를 극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북한이 21일 ‘소위’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의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그러나 위성체의 정상 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 위성 발사 성공 여부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찰위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페어링(1단과 2단 연결부위) 분리 과정에서 태양열 전지판이 펴지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면 다시 추락할 수 있다”며 “그건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궤도에 안착시키는 부분에서는 1차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위성통제센터와의 송수신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느냐, 저궤도 위성이 제대로 관측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장대로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군사적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하나의 위성으로 군사정찰 능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소 6~9개의 클러스터는 있어야 하고, 신호 받을 시설들이 북한 외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킬 경우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예고한 대로 순차적 발사를 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기술이 이전돼 정찰 능력이 크게 높아지면 북한은 한·미의 작전 동향을 관찰할 수 있다”며 “깜깜한 곳에서 주먹만 휘두르던 것 같던 북한의 핵·미사일 체계에 ‘눈’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