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리쇼어링 기업 고용효과 미미”… 묻지마 지원 재고 권고

입력 2023-11-23 04:07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 정책의 수혜를 입은 곳은 대부분 영세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을 철수시켜 국내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한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1~2019년 리쇼어링으로 국내에 돌아온 기업의 국내 실질순투자액 대비 순고용은 10억원당 1.17명으로 집계됐다. 해외 자회사가 없는 순수 국내기업이 고용한 10억원당 2.48명에 비하면 턱없이 뒤처지는 수치다.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투자를 이어간 ‘확장형’ 기업이 기록한 10억원당 1.32명에 비해서도 확연하게 낮았다.

정부는 2013년부터 ‘국내복귀기업(유턴기업) 지원제도’로 불리는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면 인센티브를 준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지원 대상 및 혜택을 확대했음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쇼어링 기업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기업활동조사를 통해 계산한 결과 해당 기간 리쇼어링 기업의 상용 종사자 수는 확장형 기업과 오프쇼어링 기업에 비해 각각 34, 21% 더 작았다. 반면 유형자산 대비 노동자 수로 정의되는 노동집약도는 4.56으로 가장 높았다. 리쇼어링 기업이 그만큼 영세하고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복귀 요건만 충족하면 지원을 해주는 현행 리쇼어링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유턴기업 지원은 해외 생산 활동을 일정 수준 이상 축소하고, 동일 활동에 대한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다른 주요국은 유턴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와 실제로 어떤 산업을 육성하고 생산능력을 강화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반도체·의료 등 첨단 분야 기업의 국내 복귀를 장려하지만 해외투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조건은 걸지 않고 있다. 투자 인센티브는 자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리쇼어링이 영세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은 자원 분배 차원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유턴기업 지원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기업은 그만큼 해외 사업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성훈 KDI 연구원은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회귀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