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다중채무 자영업자 연체액 13조… ‘돌려막기’로 연명

입력 2023-11-23 04:06
국민일보DB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연체액이 급증했다. 당장 대출금을 갚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카드론(단기 신용카드 대출) 돌려막기’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중 13조2000억원이 연체 상태다. 지난해 2분기 말까지만 해도 5조2000억원이던 것이 5개 분기 만에 2.5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이 기간 연체율은 0.75%에서 1.78%로 치솟았다.

현 상태에서 금리가 연 1% 포인트 오르면 전국의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연간 5조원 이상 늘어난다. 한은이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규모(지난 2분기 말 743조9000억원)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다중채무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채무액은 4억1800만원이다. 금리가 연 0.25% 포인트만 상승해도 다중채무 자영업자 1명당 연간 이자액이 평균 73만원씩 늘어난다.

이런 가운데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늘고 있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받은 뒤 제때 갚지 못한 차주(빚진 사람)가 카드사로부터 원리금만큼 재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 등 9대 카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0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1조100억원)보다 4800억원(47.5%) 급증했다. 카드론을 받으면 당장 상환일은 미룰 수 있지만 복리 이자가 붙기 때문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 빚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신용 점수가 하락할 우려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세에 몰린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카드론에 손댔다가 원리금 상환이 또 밀리면 순식간에 벼랑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큰돈을 번 은행권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이자를 직접 깎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난 뒤 “(다중채무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층의) 이자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쪽으로 기본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와 추가 논의를 거쳐 이자 감면을 포함한 세부적인 지원 규모를 확정,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