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현대차… 삼성전자보다 기부금 더 냈다

입력 2023-11-23 04:08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기준 기부금 규모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기는 처음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64곳의 올해 1~3분기 누적 기부금과 실적을 조사해 22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전체 기부금 액수는 1조41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342억원) 대비 2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5%, 영업이익은 31.3%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실적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기부금 규모를 늘린 것이다.

가장 많이 증액한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올해 1~3분기에 1362억원을 기부했다. 전년 동기(487억원) 대비 179.9% 늘었다. 기아는 158억원에서 736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두 회사를 합친 총액은 1년 전보다 1454억원 늘어난 2099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통 큰 기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올해 최고 신기록 갱신이 확실시되는 역대급 실적이 자리한다. 현대차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11조6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증가했고, 기아도 98.4% 급증한 9조142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1796억원을 기부해 1위를 유지했다. 이어 현대차, 한국전력공사(1185억원), 하나은행(745억원), 기아, LG생활건강(601억원), SK하이닉스(416억원), 포스코(378억원), HMM(263억원), 우리은행(238억원) 순이다. 쌍용C&E, SK에너지, 대한항공, KT 등도 지난해보다 기부금 지원 규모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CEO스코어는 “대규모 적자를 겪고 있는 한전의 기부금은 대부분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출연금으로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교보생명으로 나타났다. 1∼3분기 누적 기부금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455억원) 대비 96.5% 줄었다. CEO스코어는 “생명보험사들은 매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직전년도 세무상 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는데, 교보생명의 세무상 이익이 급감하면서 기부금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한파로 실적이 악화한 삼성전자(-433억원·19.4%↓)와 SK하이닉스(-157억원·27.3%↓)도 올해 기부금 규모를 큰 폭으로 줄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