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5천억’ 벌금 철퇴 맞고 사퇴… 또 무너진 코인 레전드

입력 2023-11-23 00:03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에 출석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천문학적 벌금을 내고 직에서도 물러났다. 북한 이란 등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며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적발되면서다. 코인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사기 혐의로 선고를 앞둔 데 이어 자오창펑도 몰락하면서 가상화폐 업계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오창펑은 혐의를 인정하고 CEO직에서도 사임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바이낸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키로 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은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던 바이낸스는 2019년 뱅크먼프리드가 세운 FTX가 등장하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가상화폐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두 사람은 FTX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일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오창펑은 FTX의 토큰을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이 발표는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뱅크런 사태까지 낳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뱅크먼프리드는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바이낸스는 유동성 위기 해소 명목으로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하지만 기업 실사 결과 FTX의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바이낸스는 인수계획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결국 FTX는 지난해 11월 파산했고, 뱅크먼프리드는 증권사기, 돈세탁 공모,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7가지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뱅크먼프리드는 내년 3월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다. 모든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1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FTX의 파산에 기여한 바이낸스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역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바이낸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테러리스트, 사이버 범죄자, 아동 학대자에게 자금이 흘러가도록 허용했다”며 “(이번 합의는) 오늘과 미래의 가상화폐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가 미국 금융체계 혜택을 받으려면 규정을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