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 앞둔 ‘신의 방패’ 정조대왕함… HD현대重 해외시장 정조준

입력 2023-11-23 04:03
지난 20일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 한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정박해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0일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정문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마주한 한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은 웅장함을 뽐냈다. 콘셉트카를 보는 듯 유려한 자태였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원화성을 지을 때 적에게 보이는 기세도 아름답고 멋있게 표현하라고 했던 정조의 철학을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정조대왕함은 8200t급에 길이 170m, 폭 21m, 높이 50m로 축구장 약 1.7배 크기다. 2021년부터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7월 진수식을 했고, 현재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내년 11월 해군에 인도된다. 1척당 가격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끈한 모습을 보이는 건 외부로 돌출될 만한 무기와 장비는 모두 실내에 적재돼 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능을 최대로 올리려는 목적이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함미(함정의 끝부분)로 오르자 헬기 갑판이 나왔다. 갑판은 가로 21m, 세로 25m로 농구장보다 약간 작았다. 좌우에 헬기를 1대씩 둘 수 있는 격납고가 눈에 들어왔다. 작전에 들어가면 MH-60R(시호크) 해상작전헬기가 탑재될 예정이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함교(조타실)로 이동했다. 함교엔 ‘자이로 리피터(자석 나침반)’ 장비와 핸들, 각종 버튼이 있는 모니터들이 있었다. 함교는 배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함수(함정의 앞부분)에선 8각형 모양의 스파이 레이더가 위용을 드러냈다. 이지스함의 핵심 장비다. 스파이 레이더 2대가 실시간으로 최대 500km까지 탐지한다. 한국에서 개발한 통합소나(Sonar)체계도 갖췄다. 소나는 음파를 활용해 수중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알아내는 장비다.

함수에는 SM-6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과 5인치 함포도 있었다. 함대공 요격 미사일인 SM-6 탑재로 이 배는 ‘신의 방패’로 불린다.

조선소 야드도 둘러봤다. 특수선사업본부는 함정을 건조하는 드라이 독(dock) 2개(6번, 7번)와 잠수함 건조 공장, 안벽(선박을 해안에 접안하기 위한 구조물)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호위함(함대를 호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전투함) 3척, 잠수함은 0.5척을 건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7번 독에선 필리핀 초계함을 짓고 있었다. 10척의 계약 물량 중 3척째다. 7번 독보다 큰 6번 독은 구축함을 지을 수 있다. 또 세계 최초로 함정뿐 아니라 잠수함도 건조할 수 있는 ‘겸용 독’이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은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시장 진출을 꾀한다. 2030년 매출 목표 2조원으로 지난해에는 약 7000억원, 올해 3분기까진 27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원호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금까지 100여 척의 국내외 함정을 건조했고, 14척의 함정 수출 실적을 냈다”며 “3000t급 이하 중소형 잠수함 개발에 착수했고 수상함 분야에선 가장 구매 소요가 많은 1000t~2000t급의 원해(遠海) 경비함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울산=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