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도 빚내서 집 샀다… 가계신용 잔액 1876조 ‘역대 최대’

입력 2023-11-22 04:04

지난 3분기(7~9월) 가계신용(빚) 잔액이 14조원 이상 불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반짝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증한 탓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규제를 손질 중인 금융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1861조3000억원) 대비 14조3000억원(0.8%)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더한 포괄적인 빚이다. 가계신용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돈줄을 죄면서 지난해 4분기(-3조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4000억원) 감소했지만 2분기(+8조2000억원) 반등한 뒤 3분기 새 정점에 도달했다.

가계신용 증가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지난 9월 말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원으로 17조3000억원 급증하며 직전 분기(1031조8000억원)의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가 폭은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던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의 80%까지 회복됐다.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2분기 14조1000억원, 3분기 17조3000억원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걷는 중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 잔액은 710조원으로 전 분기(715조5000억원) 대비 5조5000억원 줄며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한 만큼 금융 당국의 규제 강도도 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DSR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DSR은 차주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제한을 두는 규제다. 현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 DSR이 40%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례 보금자리론과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16개에 이르는 DSR 규제 적용 예외 항목을 줄이고 세입자 전세자금대출을 집주인 DSR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이는 대출 심사 시 향후 금리가 오를 위험을 미리 반영해 한도를 깎는 규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1억원 직장인이 연 4.5% 금리에 40년 만기로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는다면 지금 한도는 7억4000만원이다. 스트레스 DSR 규제를 적용해 가산 금리 1% 포인트를 얹으면 이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9000만원 줄어든 6억5000만원이 된다. 금융 당국은 금리 변동형 주담대에만 적용할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규제를 혼합(고정+변동)형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합형에도 적용되면 전체 주담대의 77%가 사정권에 들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 주담대 증가 폭은 점차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욱 조민영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