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000만의 언어 쓸 것”… 잇단 정치적 화법, 사실상 출사표

입력 2023-11-22 04:08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 중구에서 열린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시험장인 컴퓨터기반평가(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전 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을 찾아 “여의도에서 300명만 쓰는 고유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저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대구 시민을 존경해 왔다”고 말한 데 이어 점점 ‘정치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이다. 잇따른 전국구 행보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계도 한 장관의 ‘총선 등판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실상의 ‘출사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장관은 이날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어능력 컴퓨터기반평가(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저는 제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24일 울산 방문도 계획 중이다. 법무부는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출석 등으로 미뤄졌던 장관의 현장 방문 일정의 소화라고 설명하지만 이미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무엇보다 한 장관이 구사하는 ‘화법’과 ‘언어’가 행정부 소속 장관이 아니라 정치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범죄 피해자를 잘 보호하고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인 정책과 이민 정책을 잘 정비하는 게 국민께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여러 차례 제기된 ‘정치권 등판론’에 “법무부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거나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선긋던 답변과 온도 차가 있다.

야당 비판 또한 직설 화법에 가까워졌다. 국회에서 의원들과 공방전을 벌일 때보다 훨씬 더 듣는 이의 피부에 와 닿는 화법과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이다. 한 장관은 이날 “만약 어떤 고위공직자가 공직생활 내내 세금을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은 초밥 먹고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되느냐”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릴레이 탄핵 추진을 비판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유용 의혹’을 가져와 날을 세운 것이다.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도 그 정도는 인용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국민 스킨십도 부쩍 늘었다. 이날 대전에서는 지지자들이 ‘한동훈 파이팅’ 피켓을 들고 이름을 연호했다. 일부 시민은 “나중에 대선 때까지 쭉!” “한동훈 대통령” 등을 외치기도 했다. 그는 시민들의 계속되는 촬영 요구에 일일이 응했다.

한 장관은 앞서 지난 17일 대구 방문 때도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지자 열차 탑승을 3시간 미뤘다.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 한 장관은 “금요일 밤 동대구역에 계셨던 대구시민들은 저보다 바쁘고 귀한 시간을 쓰셨을 것”이라며 “그렇게 선의로 계신 분들에게 제가 별것 아닌 성의를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당시 ‘대구스마일센터’와 달성 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들이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선 한 장관이 ‘총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니겠냐. 본인도 이제 확실히 마음이 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지방에서 내놓는 메시지가 이미 정치인의 언어에 가깝게 보인다”고 평했다.

임주언 박재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