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대신 타원형의 셀에서 자동차를 만든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테스트한 뒤 다른 신규 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주롱 혁신지구에서 HMGICS 준공식을 개최했다. 연면적 9만㎡(약 2만7000평),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양국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며 “HMGICS를 통해 인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MGICS는 기존 자동차 공장처럼 컨베이어 벨트로 2~3개 차종을 대량생산하지 않는다. 각각의 셀에서 모두 다른 차종을 만들 수 있다.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이다. 1년에 자동차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금은 전기차만 생산하지만 목적기반차량(PBV)이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를 제조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대부분 공정은 주로 로봇이 맡는다. 우선 자율주행 로봇(AMR) 돌아다니며 각각의 셀로 부품을 나른다. 라이다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도출한다. 배터리 용량이 20% 미만으로 줄면 스스로 충전기 앞으로 이동한다. 셀에서 진행되는 작업도 주로 로봇이 한다. AI 키퍼라고 불리는 4족 보행 로봇이 작업자 옆에서 조립 품질을 검사한다. 사람이 볼 수 없는 오류까지 잡아낼 수 있다. 일정 수준 조립된 차체를 옮기는 것 역시 무인운반차량(AGV)의 몫이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건물, 설비, 생산 시스템 등 실제 현장을 그대로 구현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공간에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 있는 직원도 HMGICS의 설비를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실증한 생산 시스템을 미국 조지아에 신설하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홍범 HMGICS 법인장은 “HMGICS는 도시와 모빌리티, 사람이 연결되는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라며 “AI, 정보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