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사기 쳐도 벌금 고작 2천만원… ‘낡은 형법’이 문제

입력 2023-11-22 00:03

각종 사기 범죄가 횡행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사기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현재 형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벌금형은 너무 낮아 사기 범죄 억제력이 낮다는 것이다.

형법 347조는 사기죄 처벌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3조에 따라 범죄행위로 5억원 이상 이익을 얻었을 때에는 가중 처벌한다.

하지만 많은 사기꾼은 이 특경법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 침투한 소액 사기 범죄를 특경법으로 처벌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21일 “1000만원씩 100명에게 사기를 쳐도 건당 5억원이 아니기 때문에 특경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10억원을 사기 쳐도 벌금은 최대 2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형법 347호의 벌금형은 195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와 동떨어졌다”며 “벌금형이라도 높여야 한다. 벌어들인 범죄 수익의 2~5배 정도의 벌금을 선고하면 사기범이 10억원을 벌었을 때 벌금도 20억~50억원으로 높아지므로 범죄 억제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기를 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수십 년에 달하는 징역형도 선고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4~5년가량의 징역형, 그나마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천호성 변호사는 “법원이 사기범들에게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 사기 범죄 난립은 법원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며 “몇억만 사기쳐도 몇십 년 (징역) 살게 하면 이런 리스크를 안고 사기 칠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 회수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피해 금액 회수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사기 범죄 검거율마저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4.8%였던 사기 범죄 검거율은 지난해 58.7%까지 떨어졌다. 올해 역시 10월 기준 57%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범행 후 피해 복구보다는 사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대책 수립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기 억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난해 8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사기방지기본법’이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엔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설치, 특정사기범죄 행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사기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 역량을 갖춘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