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토마토 잎 촬영하자 ‘곰팡이병 64%’ 진단

입력 2023-11-22 04:06
농촌진흥청의 병충해 인공지능(AI) 영상진단 앱 화면. 앱을 활용해 토마토 잎을 찍자 잎곰팡이병이 확인됐다는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신준섭 기자

농작물 최대의 적은 기후와 병해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3일 방문한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내 스마트팜 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문가들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재배되는 토마토는 당연히 건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농진청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내놓은 답은 달랐다. ‘병해충 인공지능(AI) 영상진단 앱’을 켠 뒤 카메라 렌즈로 노란색이 뒤섞인 잎 하나를 촬영하자 ‘잎곰팡이병 63.98%’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잎곰팡이병은 토마토나 가지 등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병 중 하나다. 류재기 농진청 과수화상병문제병해충연구단장은 “병에 확실히 걸렸으면 90% 이상 확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연을 본 조재호 농진청장도 “와, 이게 되네”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토마토만 가능한 건 아니다. 21일 농진청에 따르면 병해충 AI 영상진단 앱을 활용할 수 있는 농산물 수는 모두 31종이다. 무나 고추, 딸기 등 채소가 15종으로 가장 많다. 감 등 과일과 감자와 같은 밭작물도 각각 8종씩을 진단할 수 있다. 해당 농산물이 걸릴 수 있는 136개 병과 183개 해충을 카메라 렌즈만으로 구분해 낸다고 한다. 이 외에 25개 바이러스도 진단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농산물을 AI 영상진단으로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이 기술은 독일 AI 스타트업인 PEAT가 개발한 모바일 작물 자문 앱 ‘플랜틱스(Plantix)’를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진단 능력은 훨씬 뛰어나다. 2021년 5월부터 2년 6개월간 35만1000개의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가며 축적한 진단 능력은 평균 정확도가 97.6%에 이른다. 이는 병해충 AI 영상진단 관련 최신 해외 논문에 담긴 정확도(94.6~95.7%)도 웃도는 수준이다.

노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필요성이 기술 개발로 이어진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이 2021년에 실시한 노지 영농활동 애로사항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업인들은 병해충 관리와 수확 작업을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았다.

AI 진단 앱은 병해충이나 바이러스를 진단한 후 어떤 농약으로 어떻게 방제해야 할지를 안내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앱이 상용화하면 전문 농업인 뿐만 아니라 도시 농부나 초보 귀농인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 단장은 “기술을 좀 더 다듬어 내년 6월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