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사진)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2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눈앞에 당면한 과제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리딩뱅크’로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이냐다. 다음 달 예정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향후 경영 방향의 가늠자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상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KB금융의 상징색인 노란색 넥타이를 맨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금융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면서 “KB의 성장은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이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양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 미래 세대의 희망이 돼야 할 청년들의 결혼 및 출산 문제 등은 더 이상 국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네 가지를 구체적인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상생금융 외에도 양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비은행·비이자 부문 경쟁력 강화, 내부통제 강화가 주요 숙제다. 그는 지난 9월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 직후에는 신용 리스크 관리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취임 한 달 만에 진행될 계열사 CEO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은 11개 계열사 중 9곳, 10명의 CEO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양 회장이 변화를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지, 교체보다 안정에 방점을 두고 소폭 인사를 할지가 주목된다.
1961년생인 양 회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89년 주택은행에 입사했다.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후 KB금융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내는 등 ‘재무·전략통’으로 꼽힌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고, 대표까지 맡으면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는 2026년 11월 20일까지 3년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