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한동력 코인’으로 1200억 챙겨 해외로… 3년 만에 덜미

입력 2023-11-22 04:07

‘무한동력 사업’ 등과 접목된 가상화폐를 발행한다고 속여 2800여명에게서 1200억여원을 가로챈 가상화폐 거래소 회장이 해외도피 3년 만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혁신적 가상화폐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지만 검찰 분석 결과 실제 가치가 없는 ‘스캠(사기) 코인’을 찍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동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했던 A씨(50)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첩보를 토대로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했다.

A씨는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2017년 5월~2020년 4월 약 3년간 가상화폐 판매 및 투자금 명목으로 2813명에게서 120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7년 가상화폐 열풍이 일자 4종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본인이 차린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현재는 모두 상장폐지됐고, A씨가 운영한 거래소도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미끼 사업’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모두 실현 가능성 없는 허황한 내용이었다. ‘무한동력 사업’은 영구자석을 이용해 동력을 무한정 창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과학적 상식에 어긋난다. ‘건강만리행 사업’은 중국에서 건강검진 버스를 운영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수익 창출 계획이 없었다.

A씨와 동업자들은 투자설명회에서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화폐가 무한동력 사업 등과 연계된 유망한 아이템이라고 홍보했다. 가상화폐를 구매하거나 투자금을 내면 사업에 투입되며, 사업이 잘되면 가상화폐 가치도 상승해 투자금을 2~4배로 불릴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이라고 했다. 기존 투자자에게는 새 투자자를 데려오면 보유 중인 가상화폐 가치가 올라가고 지분도 늘어날 수 있다며 다단계 영업을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84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담당한 권오장 검사는 사업 구조가 허황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이들이 발행한 가상화폐의 실제 가치 분석을 의뢰했다. 대검은 ‘이더스캔’ 등 가상화폐 분석도구를 이용해 4종 코인 모두 독자적인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 없이 일반인도 손쉽게 발행할 수 있는 조악한 형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찍어낼 수 있는 스캠 코인이었다는 것이다.

A씨가 운영한 거래소 임직원 6명은 앞서 2020년 6월 기소돼 징역 3~8년이 확정됐다. A씨는 범행 기간인 2019년 중국을 거쳐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검찰은 인터폴 적색수배 및 국내 지명수배 조치를 하고 경찰과 협조해 A씨를 추적해 왔다.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에 잠적 중인 A씨의 소재가 확인됐고, 현지에서 검거했다. 검찰은 A씨의 전 재산을 파악해 동결하고, 재판 과정에서 범죄수익 환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