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토스트기 수리비, 판매·구매자 반반 부담 ‘땅땅땅’

입력 2023-11-22 04:04

A씨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토스트기를 구매했다. 미개봉 상태의 제품이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아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본인도 제품을 개봉해보지 않아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이에 당근 측은 양측이 5대 5로 수리비를 부담하는 조정안을 제안했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

당근이 이용자 간 갈등을 직접 조율하는 분쟁조정센터를 21일 출범했다(사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에 따른 후속책이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정부가 규제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이용자 보호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조정센터는 이용자 간(C2C) 분쟁 조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당근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조직이다. 당근은 특히 6개 생활 밀착 품목인 전자제품, 의류·패션, 가구·유아동, 도서, 식품·미용, 취미용품 카테고리별로 분쟁 조정 기준을 만들어 해소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분쟁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분쟁 해소 프로세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황도연 당근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당근 본사에서 열린 분쟁조정센터 출범식에서 “당근은 이용자 간 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입해 조정을 지원하는 등 분쟁 해소를 주요 과제로 인식해왔다”며 “거래 생태계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이용자 보호와 건강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용자 불편사항을 해소하라며 플랫폼을 압박하고 있다. 자율규제 법적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후 국회 제출 및 입법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플랫폼 업계에는 최근 카카오에 대한 정부·여당·사정당국의 압박으로 긴장감이 팽배하다. 업체들은 저마다 상생 협력 방안 갈등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당근을 포함해 네이버·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디지털 플랫폼 운영사 5곳은 지난 7일 정부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상생 지원 방안과 자율규제 정책을 내놨다.

이날 분쟁조정센터 출범식 이후에는 플랫폼의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도 열렸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토론 자리에서는 당근이 실제 분쟁조정 사례 등을 소개하고, 업무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는 이용자 불편사항 등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플랫폼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안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플랫폼 생태계가 건전하게 지속발전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이런 상생 협력 사례들이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