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창업자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보통 이사회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창업자라도 퇴출이 가능하다. 쫓겨난 창업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다. 1976년 21살에 애플을 창업한 그는 85년 30살에 해고됐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이상에 치우쳐 시장을 외면한 게 주된 이유였다. 회사 수익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최근 큰 이슈가 된 오픈AI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38)의 해고 사유는 잡스와 반대다. 올트먼은 비영리법인인 회사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다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출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 GPT’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인 순간과 비슷한 충격”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올트먼은 일약 글로벌 테크 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AI가 규제 없이 빠르게 개발될 경우 인류를 위협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사회는 ‘인류를 위한 점진적 발전’에 가치를 두고 AI의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올트먼은 최근 중동 국부펀드에 수백억 달러 조달을 모색하고, 일본 소프트뱅크에도 투자를 설득해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17일 해고된 뒤 복귀설도 돌았으나 그의 다음 행선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 결정됐다.
잡스는 애플에서 퇴출된 후 고성능 컴퓨터를 생산하는 회사 넥스트를 설립했다가 후에 넥스트가 애플에 인수되며 97년 CEO로 복귀했다. 잡스가 없는 동안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애플은 그가 돌아온 후 아이폰 출시로 대성공을 거뒀다.
올트먼이 없는 오픈AI의 미래는 어떨까. 이번 사태의 유일한 승자는 MS라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오픈AI에 약 17조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통제권이 전혀 없었다.“MS의 올트먼영입은 오픈AI를 규제 없이 인수한 효과”라는 평가다. AI 윤리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올트먼 해고 사건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