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7> 할렐루야교회

입력 2023-11-25 03:03 수정 2023-11-25 03:03
할렐루야교회의 뾰족한 기도탑과 돔 형태의 대성전이 대조적이면서 균형감을 보여준다. 기도탑은 유리 벽면에 조명을 설치해 낮엔 전망대, 밤엔 조명타워의 기능을 한다. 본당 지붕은 부식 동판을 사용해 무게감을 줄이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줬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국가 위기 시엔 지붕 돔이 열리고 마징가 제트가 나온대.”

경기도 분당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우스갯소리다. 마징가 제트는 1970년대 공중파 만화 시리즈에 나온 슈퍼로봇으로 실제는 수영장의 물이 빠지고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등장한다. 그만큼 UFO 같기도 하고 벙커 같기도 한 할렐루야교회가 특이하고 신비롭다는 것이다.

교회 주변의 산골짜기까지 담은 드론 사진.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할렐루야교회는 1980년 11월 16일 창립했다. 당시 대한생명보험 회장 최순영 장로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이종윤 교수를 청빙, 첫 독립교회로 시작했다. 1990년 6월 김상복 원로 목사가 2대로 부임하면서 교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예배 공간이 부족했던 교회는 1992년 9월 현 교회 부지를 매입, 건축을 시작했다. IMF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공사는 10여 년 만에 마무리됐고 2010년 현 담임 김승욱 목사가 부임했다.

김승욱 할렐루야교회 담임목사. 국민일보DB

교회는 대지 1만2686㎡에 지상 4층 지하 9층으로 건축됐다. 3층 대예배당이 3500석, 주차장이 1000여대 규모다. 동시 수용 인원이 1만명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교회는 2004년 본당 완성 때부터 지금까지 건축적, 목회적으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500석의 대예배당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아라라트산에 정박한 방주

교회는 방주, 순례자의 길, 말씀의 빛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성경 속 아라라트산에 정박한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했고 교회 진입로는 속의 세계에서 성의 세계로 가는 길, 순례자의 길로 명명했다. 또 대성전 지붕에 십자가 모양의 창을 둬 자연의 빛이 정적인 예배 공간에 생기를 부여하면서 메시지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 3가지가 건축적으로 잘 구현됐다.

그러나 할렐루야교회 건축의 탁월함은 본래의 땅을 이해하고 그 땅에 맞도록 설계해 교회가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한 데 있다. 교회는 분당 신도시 외곽 녹지지역의 산비탈에 위치한다. 이런 경우 경사를 깎아 평지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우기 쉽다. 또 어떻게 하면 건물을 도드라지게 건축해 지역의 랜드마크를 만들까 고민한다. 하지만 할렐루야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고 산속에 녹아들게 했다.

지난 7일 교회를 방문했다. 야탑로를 따라 올라가며 만난 교회 건물은 산과의 경계가 모호했다. 특히 산의 등고선이 교회의 계단, 건물의 각 층과 연결돼 있었다. 각 층의 창 앞에 심은 나무는 산에 있는 나무와 연장선상에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엔 담쟁이가 덮여 산비탈로 보였다. 또 교회 진입로에서 대성전에 이르는 계단까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지형에 맞게 꼬불꼬불 조성됐다.

할렐루야교회를 설계한 정림건축의 전 대표 임진우 건축사. 당시 실무를 맡았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당시 설계에 참여한 정림건축 전 대표 임진우 건축사가 동행해 “당시 가장 큰 고민이 산비탈의 경사진 땅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면서 “21세기 건축의 키워드가 ‘자연으로의 회귀’인 만큼 거대한 인공건물이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 또는 동화되도록 애썼다”고 회상했다. 정림건축은 현상설계에서 당선됐고 조병수 조남호 건축가가 설계를 주도했다. 조병수 건축가는 땅을 화두로, 조남호 건축가는 현대적인 목조 건물로 유명하다. 두 건축사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실무를 맡은 이가 임 건축사다.

“지금도 산비탈에 있지만 그땐 더 가팔라 보였어요. 이런 땅에다 복합 문화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주말에 여기 와서 예배드리고 교제하고 놀고 쉬고 종일 머물다 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거였죠.”

본당과 십자가탑의 대조적 배치

건물의 배치도 탁월했다. 보통은 주요 건축물을 부지 중앙에 배치한다. 하지만 교회는 정면에서 볼 때 오른편에 대성전 건물을 위치시키고 다른 편엔 십자가 탑을 세워 균형을 잡았다. 대성전과 탑이 크기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하나는 둥그렇고, 또 하나는 뾰쪽한 형태로 느낌을 중화시켰다. 또 단순한 형태의 조형미를 더해 세련미와 절제미를 살렸다. 임 건축사의 설명이다.

“대성전이라는 큰 건축물 덩어리를 한쪽에 딱 박아놓고 탑과 부속 시설은 골짜기 등고선을 따라 배치했습니다. 이것이 다른 건축물과 접근부터 달랐던 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성전이 산에 걸쳐진 느낌을 주고 방주뿐만 아니라 아라라트산까지 표현하게 된 겁니다.”

입당예배는 2004년 여름에 열렸는데 그날은 게릴라성 소나기가 심하게 내렸다고 한다. 전교인이 벅찬 감동으로 예배당에 모여 있는데 단상에 선 김상복 목사의 첫마디는 “여러분, 방주가 완성되니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였다.

교회가 크면 채광이나 환기 등 고려해야 할 디테일이 많다. 할렐루야교회는 건축물을 크게 구분해 배치함으로 지하 공간까지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가 가능하게 했다. 특히 산의 지형에 맞게 진입로 양편으로 주차장 입구를 만들면서 지하의 환기 문제를 해소했다. 또 예배를 마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 혼란스러운데 이를 층별 통로와 계단으로 분리해 해결했다.

본당과 기도탑 사이에 놓인 코이노니아 광장은 친교 기능이 극대화됐다. 기도탑의 수직 형태, 대성전의 웅장함은 긴장감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광장에 분수대를 만들면서 완화했다. 이와 함께 기도탑은 상징적 조형물의 역할과 더불어 숲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기도공간으로 활용된다. 야간에는 조명타워 기능까지 한다.

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교회

교회 1층에 있는 실내 스포츠센터. 평소 농구와 탁구 교실이 진행된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목회적으로는 1990년대 초 이미 문화선교의 비전을 품고 이를 공간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교회는 1층에 실내 스포츠센터를 만들었다. 농구코트 2개 넓이다. 지금도 농구와 탁구 경기가 수시로 진행된다. 당시는 교회 내 체육관을 상상하기 쉽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할렐루야교회는 예배당 위주의 종래 교회 건축에서 벗어나 청소년 가족 문화 선교 센터로서의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했다.

또 중예배당은 문화공간 아트홀로 꾸몄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극, 음악회 공간이다. 이외에도 1층에 카페 성가 연습실, 2층에 소예배실과 도서실 서점을 뒀다. 같은 층의 식당은 1000명이 한 번에 식사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사무실 상담실 컴퓨터실도 2층에 있다. 3층엔 대예배실, 4층엔 음향실과 영상실, 5·6층엔 기도실 숙소 게스트룸이 있다.

숙소동, 게스트룸은 할렐루야교회의 한국교회 섬김 사역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교회는 2005년부터 스스로 수련회를 열지 못하는 농촌교회, 미자립교회의 청소년 수천명을 초청해 수련회를 연다. 최고의 강사진을 세우고 교회에서 먹이고 재우고 모든 비용을 감당한다. 한국교회 섬김 사역은 할렐루야교회의 주요 연중 사역 중 하나다.


성남=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