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말보다는 행동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

입력 2023-11-23 03:04

오늘 본문을 보면 종교 학자와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율법에 관해서라면 유능한 교사들이나 그들을 따르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은 잘하지만 그 말대로 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말 만하지 행동하지 않습니다. 모두 겉만 번지르르한 가식 덩어리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이용해 마치 짐승에게 하듯 사람에게 잔뜩 짐만 지웁니다.

그들은 그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말로만 현란한 기도를 올립니다. 그런 사람들은 교회 식사 때 상석에 앉고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사람들의 치켜세우는 말에 우쭐해 하면서 ‘선생님’ ‘목사님’으로 불리기를 좋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지 않도록 하여라. 사람들이 너희를 우러러보지 말게 하여라. 너희 모두에게 스승은 한 분이시며 너희는 다 같은 동등한 사람이다”라고 말이죠.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저 또한 말한 대로 다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한일서 3장 18절에서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한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감명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말보다는 행동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이죠. 그는 말하는 목회가 아니라 행동하는 목회를 택했습니다. 이분의 말씀을 듣고 목회가 지금처럼 설교 중심 교회, 이런 목회만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잠시 이 목사님의 목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는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목회에서 삶의 자리로 뛰어들어 실천 목회를 하는 분입니다.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목회하던 분이었죠. 교인 300여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하다 돌연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으로 와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열었습니다. 이후 말씀 대신 밥을 먹이고 있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이죠. 선배 목사님들은 이를 두고 사랑과 관심 등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교회가 이웃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 주라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비교적 평탄한 목회 인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20년간 전임 사역자로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회의와 반성이었다고 합니다. 매년 사례비가 오르면서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간 강대상에서 설교해 왔지만 설교는 해마다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이 분이 왜 잘 해오던 설교가 어려웠는지, 힘들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교는 성도들에게 하는 것이 아니죠. 일차적으로 하나님이 설교자 자신에게 하는 것입니다. 강대상에서 하나님, 예수님이 아니라 목사 자신이 보이거나 예배당에서 성도들에게 높임을 받으면 내려와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던 선배 목사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설교는 도덕적인 이야기나 인문학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예수님만 있어야 하고 예수님이 행하셨던 모습이 보여야 합니다. 저 또한 지금도 행동하지 않고 성도들에게 말로만 떠들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봅니다.

박윤이한 목사(예수그사랑그교회)

◇박윤이한 목사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한신대에서 신학공부를 마치고 국제독립교회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충북 괴산 ‘예수그사랑그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일하는 목회자의 목회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섬기며 상처받고 고통받는 이들이 기도와 노동을 통해 치유하는 예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