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디자인 공채 1호가 공개한 무대의 이면

입력 2023-11-21 20:42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디자인 공채 1호 디자이너인 김용주씨가 그간의 전시 경험을 담은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소동)을 냈다. 공식 직함이 전시 운영·디자인 기획관인 김씨는 2010년 입사 이후 13년 간 관여한 전시 중 주제별로 12개를 골라 화려하게 공개된 무대 이면을 소개한다.

26만 명이 찾은 ‘이중섭, 백년의 신화’(2016)는 작품이 너무 익숙해 새롭지 않다는 점이 디자이너 앞에 던져진 난제였다. ‘소’ 연작 등 커다란 유화도 있지만 편지화, 은지화 등 손바닥만한 작품이 대다수라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프로젝트 빔을 사용해 은지화를 대형 벽화 형식으로 풀어낸 최종 선택은, 이중섭이 담배를 싸는 종이에 그린 은지화를 언젠가 하고 싶은 벽화의 밑그림이라고 생각한 글에서 착안했다.

여러 난제를 앞에 두고 디자이너가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퍼즐을 푸는 것처럼 궁금증을 자아낸다. ‘윤형근’전, ‘한국의 단색화’전, ‘문신’전, ‘문명-우리가 지금 사는 방법’전 등 미술애호가들에게 회자됐던 전시들이 목차에 올라 있어 다음 책장을 얼른 넘기고 싶어진다. 그가 전시를 꾸미기 위해 작가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학예사만큼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시는 학예사와 디자이너가 2인 3각으로 노력한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