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아메리칸 드림’ 꿈꾸다

입력 2023-11-21 20:44
신미경 작가 제공

팝과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촉발된 K-컬처의 거대한 파도가 순수미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구겐하임 등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사진과 회화,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21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애리조나대에 있는 사진전문기관 투손 크리에이티브 사진센터(CCP)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전을 개막했다. 내년 1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작가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사진을 소개한다. 권도연, 김미현, 김승구, 김옥선, 김태동, 니키 리, 박진영, 방병상, 오형근, 이선민, 윤정미, 정주하 등 12명 작가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1975년 설립된 CCP는 2200여 명 작가의 11만 점의 사진을 소장한 세계적 아카이브 기관이다. 토드 투부티스 관장은 “CCP 전시장에 한글이 게시되는 최초의 전시인 만큼 CCP 안팎의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생의 찬미’전은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지난 10월 28일부터 순회전이 이어지고 있다. 채색화가 벽을 장식하는 등 ‘생활화’였음에도 전시가 이뤄진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부터 조선총독부 주최로 조선미술전람회가 개최된 걸 계기로 서구적 순수 미술 개념이 도입되며 미술이 담당한 기능과 역할이 거세된 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것으로 해석된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와 복을 불러들이는 ‘길상’, ‘교훈’, ‘감상’을 주제로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의 전통회화를 비롯해 동시대 작품까지 34명 작품 50여점을 내년 3월 3일까지 전시한다.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여는 첫 한국미술 주제 기획전이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필라델피아미술관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미술전’에 나온 신미경 작가의 야외 조각,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한국실험미술’전 전시 전경,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생의 찬미’ 순회전에 나온 안성민 작가의 ‘날아오르다 RISE UP’, 아리조나대 투손 크리에이티브 사진센터(CCP)에 나온 이선민 작가의 ‘여자의 집 Ⅱ, 이순자의 집#1 제사’. 국립현대미술관,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신미경 작가 제공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부터 한국실험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공동 기획으로 올해 5∼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던 ‘한국 실험미술 1960-1970년대’ 전시의 순회전이다. 한국의 실험미술을 글로벌 미술계에 처음 대규모로 소개하는 자리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29명의 입체미술, 해프닝, 실험 영화 등 전위적 실험미술 대표작이 출품됐다. 전시 기간 중 참여 작가들의 퍼포먼스도 관심 거리다. 지난달 이건용이 ‘달팽이 걸음’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17∼18일에는 성능경의 ‘신문읽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12월에는 김구림의 ‘생성에서 소멸로’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열린 뒤 2월 11일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뉴욕의 또 다른 대형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에서도 이달 7일 ‘계보: 메트의 한국 미술’전이 시작됐다. 메트의 한국실 설치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메트 소장품과 리움미술관 등에서 대여한 작품 등 12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필라델피아의 필라델피아미술관은 지난달 10일부터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미술전’을 열고 있다. 1996년부터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우현수 소장품 담당 부관장이 공동기획해 강서경과 김계옥, 김주리, 마이클 주, 박찬경, 서도호, 손동현, 신미경, 유니 킴 랑, 장지아, 함경아 등 한국계 미국 작가와 한국 작가 28명이 참여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