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포스트 임요환’으로 명성을 떨친 정명훈은 최근 프로게임단 광동 프릭스에 코치로 합류했다. 그의 지도자 생활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 1군 코치로 합류한 뒤 2군 감독직을 맡는 등 두루 경험을 쌓았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 전투 유닛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정명훈. 이제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위치가 됐다. 어느덧 e스포츠계에 몸담은 지 16년여가 흐른 그를 만나 근황과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지난해 게임단을 나오고 1년 정도 쉬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자기 계발도 하면서 알차게 보냈다.”
-최근 사우디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는데.
“그날 대회장에서 컨디션이 괜찮았고 운이 좋았다. 준비도 효율적으로 잘했다. 여러 박자가 잘 맞았다고 본다. 최근 게임을 하면 피지컬이 많이 떨어진 걸 느낀다. 세월을 체감한다.”
-광동 코치로 합류했다. 김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데.
“감독님은 게임적으로 굉장히 능력이 있는 분이다. 특히 저는 감독님의 피드백 스타일을 좋아한다. 일방적이지 않고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 인상 깊다.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기대하며 들어왔다. 저는 선수들을 관리하고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나아가 게임에서 감독님을 도울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선수단의 첫인상은 어땠나.
“제가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렸는데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웠다. 지금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선수들이 다들 착하고 숨김없이 표현을 잘한다. 저만 잘하면 문제없겠단 생각이 든다.”
-코칭스태프로 활동한 지 4년이 지났다. 소회를 밝힌다면.
“처음 코치를 할 때 ‘나를 위한 것보다 남을 위한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변함없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 코치 역할을 맡았을 때 모르는 것이 많았고 헤매기도 했다. 이번에 광동에 합류하며 처음의 느낌이 떠올랐다. 경험이 있기에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를 향해 기대해 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선수단이 비시즌임에도 시즌 때처럼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의 광동 기대해 주셔도 좋다.”
-선수와 코치의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은데.
“선수는 내가 하는 만큼 나오지만 코칭스태프는 내가 100을 하더라도 결과가 50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선수 개개인에 초점을 두고 맞춰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수 때가 더 좋았던 거 같다. 그만큼 코치는 힘든 일이다.”
-e스포츠 코치의 특징이 있다면.
“e스포츠는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때문에 다른 스포츠보다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또한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다. 게임뿐 아니라 인성과 습관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
-오랜 시간 e스포츠계에 몸담은 입장에서 e스포츠의 미래를 예견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많아지고 접근성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훨씬 좋다. 인터넷이 대중화할수록 더욱 e스포츠는 부각될 거다. 다만 진입 장벽을 낮추는 건 숙제다. 가령 축구는 룰만 알면 볼 수 있지만 게임은 해보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그런 한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