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여명이 가득 채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의 대형 전광판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 SUV EQS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19일 ‘2023 LoL(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펼쳐지기 직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EQS의 테일게이트(뒷문)가 열리고 그 안에서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이 나오자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습니다.
T1이 우승을 확정한 뒤 페이커(이상혁·27)는 이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그때 페이커의 유니폼 왼쪽 어깨에 새겨진 벤츠의 삼각별 로고가 전 세계에 송출됐습니다.
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 내부에선 결승전 중계의 전 세계 동시접속자 수가 1억명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 롤드컵의 흥행 대박으로 대회와 T1을 동시에 후원하는 벤츠는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을 겁니다.
벤츠는 2020년부터 롤드컵을, 올해부터 T1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방한해 기자회견을 했을 때 페이커가 깜짝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벤츠가 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벤츠는 수년간의 시장조사를 통해 e스포츠 팬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평균 이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킬리안 텔렌 벤츠코리아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전기차를 선호하는 e스포츠 팬과의 접점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롤의 팬층이 16~35세라는 점도 벤츠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벤츠는 이 연령층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킬리안 부사장은 “전통적 채널을 통해 다가가기 어려운 고객층을 겨냥해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각각 롤 프로게임단인 젠지와 디플러스 기아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 e스포츠 마케팅은 미래 잠재 고객인 10~30대에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