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가명) 권사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관이다. 논리 싸움으로는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그조차 신천지 지인과 대화하며 “어찌 저리 정상적 대화가 불가능할까”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히려 그 지인은 김 권사에게 “성경을 모른다. 무식하다”고 말했다.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반성도 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을 해 ‘뿌리 깊은 신앙인’이라 자부했던 자신조차 성경을 체계적으로 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목회 중인 임해경(54·여) 새비전교회 목사는 지난해 교회 길 건너편에서 지나가는 주민들을 붙잡고 대화하며 휴대전화에 무언가를 적는 이들을 봤다. 나중에서야 그들이 신천지 신도들이었고, 개인 신상정보를 받던 중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임 목사는 “교회 인근 주민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인데 물질적인 유혹에 약한 게 사실이고 신천지는 이를 집중 공략한다”며 “아파트 단지 여러 곳에 신천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들의 활동이 확산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단·사이비 종교 대처 기관인 바이블백신센터(센터장 양형주 목사)가 20일 대전 서구 대전도안교회에서 ‘제3기 이단 상담 전문가 과정’ 수료식을 개최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들을 상담하고 회심을 돕는 전문가들이 양성되는 현장이었다.
바이블백신센터는 2021년부터 이 과정을 운영했으며 지금까지 2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날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목회자와 교회 내 중직자, 평신도 등 50명이 수료식을 통해 이단 대처 사역 현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지난 1년 3학기 동안 한 학기에 10주씩 신천지 등 이단 집단의 특징을 비롯해 정통 개신교 교리와의 차이점, 반증 상담법 등을 공부했다.
수료식 간증자로 나선 김 권사는 “이단에 빠진 이들의 뇌 구조와 마음 상태는 도대체 어떨까 하는 지적 호기심으로 이 과정을 시작했다”며 “현재 섬기는 교회에서 직접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단 대처 강의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이단의 교묘한 속임수에 빠질 수 있고, 이단에 빠진 사람도 누군가의 자녀이고 가족이다”며 “이단상담 과정은 이단에 빠진 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귀하게 여기며 ‘함께 버텨주기’를 해야 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한 양형주 목사는 “하나님께선 진리에서 벗어나 헤매는 자들을 돌이켜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하는 자는 별과 같이 빛나리라 하셨다”며 “사역 현장에서 이단에 빠진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 텐데 이들의 회심은 우리의 힘으로는 되지 않고, 하나님이 마음을 움직이셔야 가능한 그의 주권 아래 있다는 걸 믿으며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