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며 공고한 한·미·일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일 정상은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17일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와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 연달아 같이 참석했다. 두 정상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이틀 연속 만남을 가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 좌담회에서 “한·미·일 3국간 원천 분야, 첨단 분야 기술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원천·첨단기술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도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기시다 총리”라고 표현했다.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님과 나란히 이야기를 하니 감회가 깊다”면서 “올해 7차례나 회담을 가졌는데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을 작년까지는 아무도 상상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16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막판까지 관심을 끌었던 한·중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16일 APEC 1세션에 앞서 만나 3~4분 짧은 환담을 나눴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 전력을 쏟고, 한국도 한·중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저자세 외교를 택하지 않은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안 됐다고 해서 ‘큰일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며 “한·중 관계는 순탄하며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2019년 12월 이후 4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이 회의의 내년 초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린다.
윤 대통령은 APEC 2세션에 참석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무역과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지만 공급망 교란에도 취약하다”며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우선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각국 정상들에게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 경제외교도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제너럴모터스(GM), 듀폰, IMC, 이콜랩 등 미국의 4개 기업은 한국에 11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투자 유치로 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방문을 위해 20일 다시 순방길에 오른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