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최근 인천사옥에 설치한 데이터센터 서버를 특수 냉각유(油)에 넣어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4개월가량 테스트를 거쳐 에어컨으로 서버를 식히는 기존 ‘공기 냉각’ 방식 대비 냉방 전력을 93%나 줄이는 등 총 전기료 37%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물과 비교해 4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전력량을 더 소비한다. 이번 기술 검증 성공으로 데이터 센터 운영비의 핵심인 전기료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서버를 에어컨 사용 대신 액체에 넣어 ‘냉탕’처럼 식히는 기술의 배경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가 자리한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의 점진적 퇴장을 앞두고 윤활유 시장 축소 위기에 직면한 정유업계들이 냉각유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의 액침냉각 기술 검증 과정에도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엔무브의 액침 냉각유가 사용됐다. SK엔무브는 엔진오일 브랜드 ‘지크(ZIC)’로 세계 윤활유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로 윤활유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달하자 액침냉각 시장을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SK엔무브 관계자는 19일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영역이 커지며 발열 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이 미래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엔진오일 브랜드 ‘킥스(Kixx)’를 운영하는 GS칼텍스도 지난 16일 액침 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보건재단(NSF) 식품등급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생분해성 합성 원료 사용으로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GS칼텍스는 “협력업체들과의 실증 평가를 거쳐 안정성 및 열관리 성능에 대한 검증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시장은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며 동반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반 서버보다 발열이 심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냉각하는 데 있어 공랭식보다 액침냉각 방식이 전력 소요는 적고 냉각 효율은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냉각유에 넣는 과정을 통해 서버 고장의 주요 원인인 먼지·수분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전기 장비를 액체에 넣는다는 심리적 장벽은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서버 등을 냉각유에 넣기 위해 대형 수조 같은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GPU 서버 증가와 함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액침냉각을 활용하는 시점부터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2020년 기준 1조원 수준이던 세계 액침냉각 시장이 2040년 42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넘어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등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