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라면 제조업체들이 올 3분기 전년 영업이익을 크게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 라면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라면 가격을 놓고 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업계는 2분기에 이미 가격을 인하한 만큼 당분간 현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3분기 매출 8559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104% 늘었다. 미국·중국 등 해외법인에서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국내법인 수출분까지 합산하면 3분기 영업익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갔다. 삼양식품은 3분기 매출 3352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58.5%, 124.9% 급증한 수치다. 삼양식품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72%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오뚜기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9087억원, 영업이익은 87.8% 증가한 830억원을 기록했다. 진라면 광고모델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내세우면서 라면 수출액이 2억800만 달러(약 2696억원)에 가까워졌다.
우리 라면의 인기는 ‘K-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면서 나날이 높아졌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면서 세계인이 저렴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7% 늘어난 6억9731만 달러(약 9040억원)에 달했다. 라면업계의 호실적은 국제 밀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드는 등 원재료 가격 부담이 적어진 이유도 있다. 업계는 지난해 물류비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수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원재료 가격은 낮아졌지만 소비자 가격은 유지되면서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물가 안정을 위해 업계에 가격 인하를 촉구했고 당시 업계는 일부 가격을 인하했다. 당국은 라면·빵 등의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물가 관리 전담부서를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라면업계는 정부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이미 라면값을 내렸기 때문에 추가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크게 오른 것은 그간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던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