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부채 증가율과 부도 증가율이 세계 2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비율은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국가(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부채 비율 조사 결과 한국(126.1%)이 세 번째로 높았다. 2분기(120.9%)보다 5.2% 포인트 오르며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것이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267.9%)과 중국(166.9%)뿐이었다.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 포인트)에 이어 세계 2위였다.
IIF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올해 들어 10월까지·전년 동기 대비)도 비교했는데, 한국은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IIF는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한국의 GDP 대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래로 약 4년째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넘어선 나라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101.7%)와 지난해 3분기(104.8%)보다 각각 1.5% 포인트, 4.6%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9%)이었고, 싱가포르(170.8%) 미국(117.6%) 홍콩(103.4%)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한국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빨랐다. 지난해 3분기(44.2%) 대비 증가 폭(4.7% 포인트)은 홍콩(23.3% 포인트) 아르헨티나(8.1% 포인트) 중국(7.1% 포인트) 다음이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