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팔 교전 일시 중단 임박… 평화 정착 계기 되기를

입력 2023-11-20 04:02
지난 1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마당에 천막과 텐트가 가득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40여일 만에 중대한 분수령을 만났다. 미국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을 하루에 50명 이상 씩 석방하는 대가로 교전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가하면서 납치해 간 인질이 240여 명이다. 하루에 인질을 50명씩 풀어준다면 최소 5일이 소요된다. 인질이 석방되는 기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을 중단하면 이 기간만큼은 추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양측이 교전 중단을 합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WP의 보도는 구체적이다. WP가 입수한 6쪽 분량의 합의문에 따르면 분쟁 당사자는 최소 5일 동안 전투를 중단하고, 50명 이상의 인질을 24시간마다 석방한다는 것이다. “인질들이 풀려나면 인도적 구호품 반입이 크게 늘고 상당한 기간 교전 중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브렛 맥거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의 발언도 협상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촉발했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민간인 희생자가 1만2000명이 넘는다. 이중 어린이만 5000여명이다. 무고한 희생자들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 100여개 국가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으나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하마스는 인질들을 방패로 내세웠지만 가자지구 사망자만 늘어났다. 이스라엘의 보복을 옹호하던 미국도 교전 중단을 압박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종교적 연원을 따지자면 수천 년 동안 이어졌다. 2차 대전 이후 몇 차례 평화 협상이 체결됐지만 번번이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에 무산됐다. 그만큼 두 민족의 화해를 끌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동 전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동 전쟁은 국제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일뿐 아니라 남북 갈등으로 6·25 전쟁을 치른 우리로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