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갈고 씨를 뿌려 힘쓰고 애쓰나 잘되게 하실 이는 하나님뿐일세. 동설(冬雪)로 밭을 덮고 춘풍우(春風雨) 보내며 여름 볕 장맛비로 곡식 일구시네(1절) 하나님 아버지여 감사하옵니다 오곡백과를 주사 잘 먹게 하시니. 은혜를 갚으려고 연보를 드리며 달라진 우리 맘을 같이 바칩니다(2절) 천하 만민들아 대주재 찬송해 그 영화로우신 이름은 여호와시로다(후렴).”
100년이 훌쩍 넘은 1920년 11월 10일 ‘기독신보’에 실린 ‘전주 이부인’이 작사한 ‘秋收感謝日讚頌(추수감사일 찬송·사진)’이라는 제목의 찬송시다. 기독신보는 1915년 미국장로교선교회와 감리교선교회가 창간한 신문이다.
이 찬송을 발굴한 건 홍승표 아펜젤러인우교회 목사다. 연세대에서 교회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홍 목사는 추수감사절 하루 전인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찬송시를 소개하면서 “추수감사절이 미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낯선 축일로 여겨졌던 추수감사절이 ‘전주 이부인’의 찬송시 운율을 따라 우리 숨결이 깃든 잔칫날로 여겨진다”면서 “그녀의 노랫말에는 한반도의 삶터를 향한 애정과 농촌의 정서가 깊숙이 배어 있고 농부의 겸허함에 하늘과 땅에 대한 굳은 믿음이 담겨 잔잔한 감동이 인다”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